17년간의 트랙볼 사용기 : 로지텍 트랙맨, M570, MX 에르고

2020. 3. 4. 03:52컴퓨터

트랙볼을 사용한 지 17년 정도 된다. 처음에는 손목이 아파 사용을 시작했는 데 사용할수록 마음에 들어 계속 쓰게 되었다. 1998년도에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고, 물론 그 전부터 워크래프트 2를 하고는 있었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접하며 게임을 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났었다. 그 이후, 업무도 게임도 다 마우스로 하다 보니 어린 나이에 손목에 무리가 간 것 같다. 아프긴 하고, 병원에서는 마우스 사용을 줄이라 는데, 회사에서 일은 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알아본 게 트랙볼이었다.

2003년도로 기억하는데 그때 첫 번째 트랙볼인 로지텍 트랙맨을 구입했다. 엄청나게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거의 20만원 정도 했었다. 아직도 종종 사용하니 돈 값은 하고도 남았다.

 

로지텍 트랙맨. 지금은 단종되었다.

 

트랙볼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 사용하면 적응시간이 꽤 많이 필요하다. 마우스는 손을 움직여 화면의 포인터를 조작하지만, 트랙볼은 손목은 고정하고 볼을 손가락으로 움직여 화면의 포인터를 조작한다. 그런데 손가락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초반엔 손가락은 물론 팔뚝에 있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까지 당긴다. 팔의 어떤 근육이 손가락을 움직이는지 궁금하다면 트랙볼을 써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하지만 적응이 끝나고 나면 손목이 매우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저 당시 한 달 근무시간이 400시간을 넘을 때라 야근비 때문에 계산했는데, 저렜었다. 지켜지지는 않지만 주 40시간 만세) 손목에 무리가 갔었는데, 트랙볼 사용 이후로 손목이 아팠던 적은 없다.

트랙볼 파지 방법은 엄지 좌 클릭, , 뒤 버튼, 검지 스크롤, 중지 볼 컨트롤, 약지 우 클릭이다. 적응만 하면 저렇게 편한 도구가 없다. 지금은 다른 트랙볼을 주로 사용하지만, 아직도 종종 사용한다.

이렇게 세상 편한 도구에도 단점이 있었으니 무선 초창기 제품이라 리시버가 너무 크다, 왠만한 마우스 반가 크기다. 무선 연결도 가끔 끊기고 무선 연결 거리도 많이 짧다. 1m 넘어가면 버벅거린다. 배터리도 많이 먹는다. 6개월을 못 썼다.

 

그래서 새 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트랙볼이 신제품이 잘 안 나왔었다. 그러다 2011년도로 기억하는데 로지텍에서 M570 제품을 발견했다. 가격도 트랙맨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게 나왔다. 5만원대로 구매한 것 같다.

로지텍 M570. 지금은 단종되었다.

 

이 제품은 로지텍 트랙맨과 달리 좌우 클릭은 일반 마우스와 같고 엄지로 볼을 조작한다. 엄지 손가락은 중지에 비해 많이 사용되는지 별다른 적응은 필요 없었다. 무선도 향상되어 5m 정도까지는 끊기지 않고 잘 되었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되어 클릭 버튼이 고장 났고, AS를 요청했지만 재고가 없어 환불을 받아야 했다. 이 때 환불받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그 이후로 로지텍 제품을 잘 안 쓰게 되었다. 제품은 참 좋았는데 클릭 버튼이 그렇게 쉽게 고장 난 다니 안타깝다. 그 이후로 안 사실인데 내가 기억하는 로지텍 마우스의 엄청난 내구성은 옛날 얘기였다.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인터넷 상에 로지텍 마우스 내구성을 성토하는 글이 엄청나게 많다. 2000년대 초반에 구매한 로지텍 마우스들과 트랙볼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안 좋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그렇게 로지텍에 대해 실망하고 트랙맨을 계속 사용했는데 로지텍에서 신제품이 나왔다고 한다. MX 에르고. 원래 안 살려고 했는데 트랙맨의 무선 끊김도 짜증나고 때마침 세일하는 사이트를 찾아서 속는 셈 치고 또 샀다. 보통 12.9만원에 판매하는데 8.9만 원에 샀다.

 

로지텍 MX 에르고

트랙맨의 경우 크기도 크고 마우스 자체가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어 손목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사용하는데, M570은 보통 마우스와 같이 손목이 약간 돌아간 상태로 사용하게 된다. MX 에르고는 M570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20도 정도 각도를 조정할 수 있어 손목에 부담이 덜 간다. 그래도 파지 상태는 트랙맨이 제일 손목에 무리가 안 간다.

지금은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1년 넘게 사용했는데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 블루투스와 유니파잉도 지원해서 사용성이 좋다. 20도 기울어지는 게 확실히 손목에 부담이 덜 가서 좋다. 무선기술이 발달해서 그런지 트랙맨과 비교해보면 성능 향상이 확실히 느껴진다. 누군가 제품에 대해 묻는다면 제품은 좋지만, 로지텍이라 추천하기가 꺼려진다. 내 에르고는 잘 버텨 주기만 바란다.

 

그 외에 모든 트랙볼의 단점이 있는데, 트랙볼로 게임이 힘들다. 도면은 트랙볼로 잘 그리는데, 게임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책상에 트랙볼과 마우스 두 개가 있다.